안부 김응숙
그대들이여
잘 있는가요
단물도 쓴물도
다 약이 된다는 것을
지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
고운 정도 미운 정도
다 정이 된다는 것을
지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
묵념만이 전부였던 마주침도
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옷깃도
도란도란 속삭였던 정다움도
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얼굴빛도
그 작은 미세 입자 하나에
어느덧 옛일이 되어지고
너와 나,
우리와 너희들,
성도와 성도들,
교회와 교회들,
세상과 세상들에
자꾸만 경계선이 그어집니다
오늘도 하루는 맑갛게 열려도
우리는 건너갈 수 없는
익숙한 갇힘에 직면하며
걸어 잠근 단단한 문고리에
하나둘 뭉글한 추념들만
봄바람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
사람 눈치를 알아챈 듯
봄님도 한결 고즈넉하고
적잖은 보고픔 머리에 이어다가 봄이 걷는 그 길목에
그대들이 걷는 길목 그 집 앞에
그리운 실루엣 한 소절 걸어둡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