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자작시] 안부 (김응숙 자매님)

by 서울침례교회 posted Apr 11, 202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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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부 김응숙

 

 

그대들이여 

잘 있는가요

 

단물도 쓴물도 

다 약이 된다는 것을 

지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

 

고운 정도 미운 정도 

다 정이 된다는 것을 

지나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 

 

묵념만이 전부였던 마주침도 

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옷깃도

도란도란 속삭였던 정다움도 

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얼굴빛도 

그 작은 미세 입자 하나에 

어느덧 옛일이 되어지고

 

너와 나,

우리와 너희들,  

성도와 성도들,

교회와 교회들, 

세상과 세상들에 

자꾸만 경계선이 그어집니다

 

오늘도 하루는 맑갛게 열려도

우리는 건너갈 수 없는 

익숙한 갇힘에 직면하며

걸어 잠근 단단한 문고리에 

하나둘 뭉글한 추념들만 

봄바람에 어쩔 줄 몰라 합니다

 

사람 눈치를 알아챈 듯 

봄님도 한결 고즈넉하고

적잖은 보고픔 머리에 이어다가 봄이 걷는 그 길목에   

그대들이 걷는 길목 그 집 앞에

그리운 실루엣 한 소절 걸어둡니다